아코디언의 조율

  아코디언을 사용하다보면 소리가 이상해지기도 하고 갑자기 소리가 안 나기도 한다. 리드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바람통을 가만히 당기거나 밀어 넣으면 괜찮은데 세게 열고 닫으면 소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또 소리가 안 나다가도 바람통을 힘차게 몇 번 열고 닫거나, 한참동안 연주하다 보면 다시 제대로 나는 수도 있다.

  아코디언의 리드는 이처럼 민감한 것이다. 기후의 변화에 따라서도 음색이 달라질 수 있고, 온도나 습기, 충격에 따라서도 변화한다. 이것은 비단 아코디언뿐 만은 아닐 것이다. 피아노도 장소를 옮기거나 일정기간이 지나면 조율을 해주어야 하지 않는가.

  아코디언도 소리가 달라지거나 일정기간이 지나 이상이 생기면 조율을 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 조율이 쉽지가 않다. 피아노야 곳곳에 취급점이 많아 전화 한통이면 OK지만, 아코디언은 취급하는 곳이 별로 없으니 일일이 문의해보고 찾아가야 한다. 아코디언을 취급한다고 해서 다 조율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엔 조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베테랑이 몇몇 노인들 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인터넷에 노출되어 있거나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몇몇 악기점과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악기점에 아코디언을 들고 가면 이상 유무를 확인할 뿐 어디가 어떻게 나쁜지 정확한 진단을 해주지 않는다. 그냥 두고 갔다가 내일 찾아가라고 한다. 비용은 대략 중국제 저급악기는 10만원(인터넷 홈페이지엔 3만원이라고 되어 있는데), 독일제나 이탈리아제 고급악기는 30만원 선이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시계점에서 그랬다. 바로 그런 식이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다르다. 아코디언을 수리하든 말든 일단 오픈해서 진단을 받으면 $50이다. 그리고 수리비는 부속 값 외에 시간당 $50씩 계산한다. 매우 합리적이다. 언뜻 보면 수리비는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상당히 다르다.

  아코디언의 리드(reed)는 하모니카처럼 생긴 리드 열(set)에 겉과 속으로 된 리드 조각을 하나씩 밀랍(蜜蠟)으로 붙여놓고, 옆에는 바람을 열고 막아주도록 가죽조각이 붙어있다. 이런 구조상 밀랍조각이 떨어져 리드에 붙어있어도 소리가 나지 않을 수 있고, 가죽조각이 떨어져 있어도 소리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니 리드를 긁어서 조율하지 않고 달라붙은 밀랍조각을 제거하던가. 떨어진 가죽을 다시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수리가 간단히 끝날 수 있는 것이다.

  세밀한 조율은 리드를 하나씩 긁어서 틀려진 소리의 높이를 올리고 내리면서 정확한 음을 맞춰주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절대음감이 필요하고 고도의 숙련된 기술을 요한다. 아코디언은 단음만이 아니라 두 리드 열 이상의 음이 복합되어 독특한 소리를 만들어내므로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음을 잴 수 있는 튜너를 써서 입으로 불어가며 아무리 정확하게 조율을 하더라도 실제로 아코디언에 조립해서 벨로즈로 소리를 내보면 달라지므로 결국은 절대음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조율에 사용할 연장과 부품도 문제다. 물론 전용 연장이 있고 필요한 부품은 모두 이태리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는 수요가 많지 않으니 그것도 어려운 문제다. 아코디언을 분해해 보면 중국제 부품과 유럽제 부품은 확실히 다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한 연장이나 부품을 직접 수입해서 쓰는 경우도 있겠으나, 이 일에 오래 종사한 분들은 자기가 필요한 연장을 스스로 만들어 쓰고 필요한 부품도 폐기된 아코디언에서 선별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아코디언의 조율은 함부로 손댈 일이 아니다. ‘선무당이 아이 죽인다’는 말도 있듯이 쉽게 생각하고 뜯어서 아무렇게나 긁어댔다가는 회복불능이 되어 귀중한 아코디언을 버리고 만다. 내 주위에도 그런 예가 많다. 음 하나가 이상해서 직접 조율해 보겠다고 뜯었다가 망가뜨린 경우도 있고, 이것저것 마구 손댔다가 소리가 더 엉망이 되어버린 경우도 있다.

  다행히도 내가 나가는 동아리 회원 중에는 솜씨 좋은 장인(匠人)이 한분 있어서 회원들의 아코디언을 조율해 준다. 아코디언에 문제만 생기면 가지고 가서 뜯어보고 간단한 것은 즉석에서 해결해주니 우리 동아리에서는 보물과 같은 존재이다. 시간도 절감되고 속지도 않고 비용도 절감되니 얼마나 좋은가. 무엇보다도 믿을 수 있어서 좋다. 수백만원이나 하는 이탈리아제 아코디언이라면 얼마나 기술이 있는지도 모르고 어떤 부품을 쓰는지도 모르고 함부로 맡길 수 있겠는가.

  프로 아코디언 연주자는 웬만한 조율은 스스로 한다고 한다. 연주를 갔다가 갑자기 아코디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즉석에서 간단히 자기가 직접 해결할 수 있으면 얼마나 편리하겠는가. 그것은 아마 기본적인 조율기술이야 익혔겠지만, 프로 연주자라면 자기가 쓰는 자기의 분신과 같은 악기에 대해, 한 음 한 음의 습성에 대해 정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아마추어로서야 그게 가능하겠는가.